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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입양

해외 입양아 수잔 브링크. 한국 이름 신유숙. 한국에서 태어나 3살 때인 1965년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낯선 환경과 다른 생김새로 인한 소외감, 가족에 대한 그리움, 양부모의 학대 속에서 암울한 성장기를 보냈다. 1989년 방송 다큐멘터리 '인간시대'에서 그의 삶이 소개됐다. 이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에서는 고 최진실씨가 수잔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 영화는 해외 입양 문제에 대한 사회의 각성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

▼페미니스트 수전 보르도는 영화 분석으로 입양에 대한 시각을 넓혀 주었다. 흑인 혼혈 딸을 입양한 그가 주목한 영화는 '베이브'다. 여기서는 '입양'이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생물학적이지 않은 새로운 가족의 형성'을 '정상'인 것처럼 표현하는 미덕을 보인다고 평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베이브'는 친부모의 상실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입양 부모와의 유대 역시 깊고 파괴할 수 없는 관계로 서술한다. 자신이 직접 입양 부모가 되고 난 후의 진단이다.

▼국내에서 해외 입양이 이뤄진 지 벌써 55년이 됐다. 6·25전쟁으로 수많은 전쟁고아와 혼혈아가 생겼다. 미국 오리건주의 농부였던 해리 홀트씨가 우연히 이들에 대한 슬라이드를 보고 8명을 입양했다. 1955년 10월의 일이다. 이후 1987년에는 해외 입양이 7,949명으로 국내 입양보다 3배 이상 많았다. 20년 뒤인 2007년에는 국내 입양이 해외 입양을 앞질렀지만 여전히 해외 입양의 비중은 크다. 장애아동의 경우 해외로 입양되는 비율이 훨씬 높다.

▼5월11일은 입양의 날.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고아 수출 대국'이라는 별로 달갑지 않은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입양아 수출' 세계 4위다. 경제규모에 견주면 부끄럽기까지하다. 저출산을 걱정하면서도 입양은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피붙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혈연 중심적인 가족관과 무관하지 않다. 혈연과 가문을 중시하는 문화가 지배해 입양을 너그럽게 보지 못하고 있다. 의식을 바꿔보자는 얘기다. '입양은 가슴으로 낳은 사랑입니다.'

장기영논설위원·kyjang3276@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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