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수입품에 34% '맞불 관세'
S&P500지수 이틀새 10% 폭락
국제유가·美 10년물 금리 줄하락
'마진콜' 닥치자 金 팔아 현금 확보
WSJ "시진핑, 관세전쟁 승자로"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자 세계 증시는 붕괴했다. 미국 S&P500지수가 이틀 새 10% 넘게 폭락했고,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이 6조6000억달러 증발했다. 양국 간 보복전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불붙고, 교역량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간체이스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이전 1.3%에서 -0.3%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도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61.99달러로 전장 대비 7.4% 급락했다. 코로나19 때인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WTI 가격은 전날에도 6.6% 하락했다. 안전자산으로 투자자가 몰려들면서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4일 한때 연 3.864%까지 내려앉았다. 관세전쟁으로 안전 자산 수요가 커졌지만, 국제 금값은 3% 가까이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트로이온스당 3024.2달러로 전장보다 2.9%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주식 매입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으로 마진콜에 직면하면서 금 매도로 화급히 현금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 금융산업규제당국(FINRA)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으로 뉴욕증시에서 레버리지 규모는 약 918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수준이다.
금 수요가 늘면서 독일 정부는 뉴욕연방은행에 맡겨둔 금 1200t가량을 인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독일 차기 집권 연합의 일원인 기독민주당 고위 관계자들이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아니라는 우려에 따라 뉴욕에 있는 독일 금괴를 인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이날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콘퍼런스 공개 연설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관세 인상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경제적 영향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금리 인하를 포함한 통화정책 경로 수정에 대해선 “적절한 경로가 어떻게 될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 SNS에 올린 글에서 “금리를 인하하라, 제롬. 정치를 하는 것은 중단하라”며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승자로 부상시키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관세가 시진핑의 날을 만들었다’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무역전쟁이 시 주석에게 전략적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경제적, 전략적 블록으로 묶어 중국을 견제하도록 해온 경제적 끈을 끊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