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온그룹 확장 전략] ②SK서 분사한 1세대 구매대행 업체, 리빌딩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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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3.28. 오후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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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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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엑시온그룹 홈페이지 캡처
 

해외 구매대행 1호 기업으로 한때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켰던 엑시온그룹이 갈림길에 섰다. 지난 3년간 여러 차례 경영권 매각이 무산된 후 최대주주가 자주 교체되며 시장에서 입지를 제대로 다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새로운 오너십 아래 리빌딩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한 데 이어 한 코넥스 상장사의 친환경플라스틱사업부 인수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모든 과정이 끝나면 엑시온그룹은 '친환경기업'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잘나가던 엑시온그룹, 급제동 걸린 성장엔진
2000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사업부로 출범한 엑시온그룹은 '위즈위드'라는 해외쇼핑 전문 사이트를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업체였다. 2001년 SK글로벌에서 분사할 때도 '위즈위드코리아'라는 사명을 썼다.

엑시온그룹은 2004년 SK그룹과 모든 지분관계를 정리한 후 매년 20~50%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구매대행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에도 점유율 1위를 지켰다. 대기업들이 전자상거래·인터넷쇼핑몰에 앞다퉈 진출하던 시기라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엑시온그룹은 인수매력도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2006년 부동산임대업을 하던 '아이에스네트워크'가 경영권을 인수했다.

아이에스네트워크는 엑시온그룹의 압도적인 시장지위를 기반으로 꾸준히 외형을 불렸다. 2007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더블유컨셉코리아와 다이시스코리아, 슈퍼리빙, 지니킴, 라운드어바웃 등 많은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이에 상장 당시 170억원이었던 매출은 2011년 51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 2016년에는 787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이때까지 엑시온그룹은 본업과 연관된 M&A와 자회사 설립으로 '그룹'에 가까운 모습을 갖췄다. 연결 종속회사만 10여개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알짜 자회사를 정리하는 고강도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자회사 매각은 엑시온그룹이 2017년 말 신설한 '컴퍼니빌더' 사업부 중심으로 이뤄졌다. 컴퍼니빌더는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해 매각 또는 기업공개(IPO) 방식으로 수익을 실현하는 일종의 기업형 엑셀러레이터(AC) 사업이다. 이때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더블유컨셉코리아와 커먼웰스가 이 사업부에 속하게 됐다.

엑시온그룹은 사업부 신설과 동시에 이들 회사를 매각했다. 2017년 10월 더블유컨셉코리아 지분 전량을 IMM PE에 양도한 데 이어 11~12월에는 슈퍼리빙과 커먼웰스 경영권 지분 일부를 비투비아이코리아에 팔았다. 이때 총 9개 자회사·손자회사가 연결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매출도 2017년 365억원으로 전년 대비 53.6% 감소했다. 컴퍼니빌더 사업부는 2022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혼란 끝에 친환경 진출…새 먹거리 실험
엑시온그룹은 2022년부터 경영권 매각에 연속으로 실패하면서 오너십 리스크까지 불거졌다. 아이에스네트워크는 양영환 D&C민은 대표를 비롯한 원매자 측에 지분 66%가량을 107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원매자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2개월 후에는 가상자산 핀테크 기업 '델리오'를 주축으로 한 인수 컨소시엄이 꾸려졌으나 이 또한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원매자가 셀피글로벌, 오션뉴웨이브신기술조합1호 등으로 두 차례 더 바뀌었다.

이후 잔금을 치른 오션뉴웨이브신기술조합1호가 경영권을 양수했다. 조합 최대출자자였던 국보가 조합에서 탈퇴하며 지분을 넘겨받았다. 당시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박찬하 국보 대표를 비롯한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됐다. 2010년부터 전사경영을 총괄해온 김응상 아이에스네트워크 대표는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명부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곳은 이노파이안이었다. 엑시온그룹은 2023년 10월 이노파이안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몇 차례의 정정과정 끝에 지난해 6월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노파이안은 아이에스네트워크가 가진 남은 구주까지 일부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대표이사는 '박찬하→박찬하·이승철→이승철'의 변경 과정을 거쳤다. 이 대표는 이노파이안의 최대주주다.

이 과정에서 엑시온그룹의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매출은 2021년 95억원에서 지난해 48억원으로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8억원에서 105억원으로 확대됐다. 120억원 수준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313억원의 결손금으로 전환됐다. 잦은 손바뀜으로 본업에 집중하지 못한 결과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엑시온그룹이 체질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엑시온그룹은 최근 탄소포집 기업인 카본코리아를 인수했으며,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오건에코텍의 고분자폴리머(친환경플라스틱)사업부도 인수대금을 납입하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절차만 남은 상태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를 정리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신규 캐시카우로 수익 모멘텀을 확보할 계획이다.

엑시온그룹 관계자는 "이산화탄소 포집 사업과 고분자폴리머 사업으로 친환경 분야에 진출할 것"이라며 "아직은 이커머스 분야의 매출이 가장 크지만 올해부터 친환경 분야에서 매출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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