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헷지했는데…700억대 '파생상품 순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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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3.31. 오후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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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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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이 운용한 파생금융상품이 2024년 한 해 동안 2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과 유가 등 외부 변수에 대응하려던 전략이 오히려 회계상 손실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외화 기반 사업구조와 석유 트레이딩 사업 확대가 맞물리면서 단순한 일회성 손실을 넘어서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율·유가 방어 나섰지만 실익은? 
SK온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외화 환율 및 유가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했고 이로 인해 2110억원 규모의 손실을 인식했다.

이 가운데 현금흐름위험회피 회계가 적용된 파생상품에서도 630억원의 거래손실이 발생했다. 위험회피로 지정되지 않은 일반 선도계약 및 스왑 등에서도 1480억원의 손실이 추가 발생했다. 한 해 동안 SK온이 파생상품을 통해 인식한 이익도 약 1960억원에 달하지만 손실 규모가 이를 상회하며 순손실로 귀결됐다.

파생금융상품은 환율이나 유가, 금리 등 시장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다. SK온은 미국 달러(USD), 중국 위안화(CNY), 헝가리 포린트(HUF) 등 주요 통화를 중심으로 통화스왑과 선도계약, 유가 연계 계약 등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실질적인 손익 방어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2024년 말 기준 SK온이 보유한 파생금융상품 관련 자산은 2028억원, 부채는 1047억원으로 계약 구조 자체는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지만 실적 기여 측면에서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위안화 쏠림 뚜렷, 환율 5% 올라도 '440억 손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손실이 단순한 단기 시장 변수에 따른 일회성 영향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SK온의 외화 기반 사업구조에 따른 환율 노출이 리스크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4년 말 기준 외화금융자산은 총 5조7727억원, 외화부채는 총 5조622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는 균형에 가까운 구조지만 통화별로는 편차가 크다. 미국 달러화에서는 약 1조665억원 규모의 순자산을 보유한 반면 중국 위안화와 유로화는 각각 8780억원, 316억원 규모의 순부채를 안고 있다. 특히 위안화 순부채는 단일 통화 기준 가장 큰 규모다. 환율이 위안화 강세(원화 약세)로 전개될 경우 손실로 직결되는 구조다.

실제로 SK온의 내부 분석에 따르면 원화 대비 주요 외화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법인세 차감 전 손익이 약 54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외화 자산이 외화 부채보다 소폭 많은 순자산 구조라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통화별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특히 중국 위안화 기준으로는 8780억원 규모의 순부채를 보유하고 있어 위안화 환율이 5% 오를 경우 약 439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처럼 일부 통화에 대한 포지션 쏠림이 크다는 건 전체 외화 포지션이 균형 잡혀 있는 것처럼 보여도 환율 변동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석유 트레이딩까지 품은 SK온…리스크 확대
SK온의 리스크 요인은 환율 외에도 유가 변동에도 연동된다. SK온은 지난해 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흡수 합병하며석유제품 트레이딩 사업까지 포트폴리오에 새롭게 포함시켰다. 이로 인해 유가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에도 노출됐다.

SK온의 석유사업 부문 매출은 11∼12월 두 달간 7조7682억원을 기록했지만 구조상 단기간 내 의미 있는 손익 기여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유가 스왑 등 일부 파생계약에서도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SK온의 재무 구조는 배터리 중심의 기존 리스크에 파생상품과 외화, 유가 등 다양한 외부 변수가 더해지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비단 SK온 뿐만 아니라 배터리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보다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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