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SK㈜ CFO, 첫 과제는 '10조 순차입금' 군살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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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4.02. 오후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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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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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서린빌딩 전경 /사진 제공=SK
 

SK㈜가 10조원대에 이르는 순차입금 부담을 해소하고 재무구조를 안정시키기 위한 전략 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말 SK디스커버리에서 재무전략을 총괄하던 김기동 부사장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하며 투자형 지주회사 체제에서 누적된 재무 리스크 해소에 본격 착수했다. 김 CFO는 구조조정과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을 중심으로 재무건전성 회복과 시장 신뢰 제고에 집중할 방침이다.

김 CFO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올해 제일 중요한 것은 재무구조 안정화"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SK㈜의 재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SK㈜의 순차입금은 2015년 SK C&C와 합병해 통합 지주회사로 출범할 당시만 해도 별도기준 5조7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17년 투자형 지주사로 전환한 뒤 빠르게 늘어났다. 순차입금은 2019년 말 7조원, 2022년 말 11조235억원까지 증가하며 정점을 찍었다. 2024년 말에는 10조5260억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규모다.

표면적으로는 순현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형 지주사로서 신뢰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때 SK㈜는 반도체, 바이오, 그린에너지 등 고위험·고수익 영역에 투자하며 성장지향적 지주사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2∼2023년 글로벌 긴축기와 투자실패가 겹치며 실적부진과 기업가치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 캐시카우로 여겨졌던 일부 포트폴리오 자산은 오히려 재무적 부담으로 돌아왔고 투자수익률(ROI) 역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K디스커버리 시절부터 구조조정과 재무안정화를 주도해온 김 CFO의 발탁은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1971년생인 김 CFO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에 입사한 뒤 SK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를 거치며 줄곧 재무라인을 맡아왔다. SK디스커버리에서는 재무실장, SK케미칼에서는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내며 체질개선과 순차입금 마이너스 전환 등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역량은 최창원 부회장의 신임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말 SK㈜ CFO로 발탁되는 계기가 됐다. 공식적으로 지분관계가 없는 SK㈜와 SK디스커버리 간 인사교류는 이례적이다. 재계에서는 이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 부회장 간 재무전략 및 구조조정 방식을 공유하는 체계가 작동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 CFO는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자산 리밸런싱에 돌입했다. SK㈜는 지난해 한 해 동안 106개의 연결 자회사를 정리했다. 흡수합병(SK E&S), 청산(SK네트웍스아메리카, 팬아시아반도체소재), 매각(SK렌터카) 등 다양한 수단이 동원됐고 정리 대상의 다수는 비상장 해외법인이었다. SK스페셜티 매각, SK에코플랜트와의 지분교환 및 현물출자도 병행되며 단순한 외형축소를 넘어선 전략적 조정이 이뤄졌다.

김 CFO는 투자 여력 확보와 동시에 부실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양면 과제를 안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SK스퀘어, SK에코플랜트 등 계열 투자회사들과의 지분교환, 현물출자, 자산 스와프 등 복합적인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시장의 신뢰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 SK㈜는 현재 AA+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SK온,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부진으로 금융시장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무 슬림화는 내부 체질개선뿐 아니라 외부를 향한 전략적 시그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자금조달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SK㈜는 올해 2월 3000억원 규모로 계획했던 회사채를 43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시장의 수요가 여전히 유효함을 방증하는 동시에 김 CFO 체제에서 재무전략의 실행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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