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업권의 현안으로는 펫보험 상품 활성화,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 임신·출산 등을 포함한 5세대 실손의료보험 개혁안, 보험사 자본건전성 안정화 대안, 보험상품 구조 개선안 등이 꼽힌다.
무엇보다 쟁점 사항에 대한 입장차가 뚜렷한 실손의료보험 개혁을 비롯해 설계사 보험수수료 개편안 등은 서로의 이견을 조율할 토론회 마련도 쉽지 않아, 결론을 내는데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업종별 생태계가 취약해 조금만 관심에서 벗어나도 고사 위기에 직면한 펫보험 전문사 설립 추진 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을 맞이해 정치권의 관심사는 (만일의 선거 진행 시 득표에 영향을 끼치는) 인공지능(AI), 방산, 조선 등 굵직굵직한 분야에 초점이 갈 것"이라며 "일부 계층에만 관심있는 펫보험을 비롯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실손보험 등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펫보험 관련해서는 윤석열 정부 초반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활성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었다"며 "(계엄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자 지금은 진행이 지지부진해지며 (펫보험 전문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업계가 앞으로의 상황에 주시하는 이유는 이미 지난해 말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인해 의료개혁특위 회의가 연기된 전례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의개특위는 지난해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제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19일에서야 이를 발표하며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실손보험 개혁안도 이의 영향으로 이달 1일 금융위 주관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며 어렵게 의견 수렴의 장을 마련했다. 금융위는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 출시를 올해 말로 잡았으나, 정국이 혼란스러워지면 올해 안에 출시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다른 관계자는 "당국이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외부 변수를 배제하기 어려워 계획했던대로 진행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며 "신상품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으면 보험사는 보험사대로 손해율이 높아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고, 선량한 가입자도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험업의 신사업 진출에도 차질을 빚어 보험산업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험은 규제산업에 가까워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봐서다. 한동안 활발하게 논의돼 온 보험사의 요양사업 진출 소식이 최근에 들리지 않는 이유도 이의 일환이다.
이밖에 보험대리점(GA) 업계의 최대 화두인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도 이번 결정에 따라 일정에 차질이 있을 전망이다. 보험GA협회는 올해 상반기 법안 발의와 하반기 통과 목표로 추진 중이지만, 정국이 사실상 올 스톱될 경우 법안 발의 문턱부터 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이미 김용태 보험GA협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1분기 안에 입법 추진'안은 시기를 넘겼으나 아직 새로운 소식은 없다.
GA업계 관계자는 "(GA업계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의원 입법 등은 추진할 수 있지만 이를 논의할 대화의 장이 없어지게 되면 이슈화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재 입법에 다소 지체되는 면이 없지 않지만 당국이 조만간 입법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하겠다고 한 만큼 도입이 머지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