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트럼프의 이번 상호관세가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전략을 정면으로 흔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2019년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기업들은 비용이 낮은 동남아 국가로 생산지를 옮겼다. 또 중국은 800달러 이하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 주는 소액 면세 제도를 활용해 제품을 미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배송했다. 그 결과 미국 제조업 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데이터제공업체 fDi마켓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베트남의 외국인직접투자는 140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 등의 주요 공급업체인 폭스콘과 고어텍이 이를 주도했다. 아울러 베트남은 애플의 4위 생산기지로 성장해 인프라,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추가 투자를 촉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례로 SK그룹은 향후 몇 년간 베트남에 세 개의 LNG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주재 미국상공회의소가 올해 초 알파벳, 인텔, 나이키 등의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최소 90%가 관세로 사업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했고 제조업체의 3분의2는 관세 부과 시 정리해고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HSBC의 프레데릭 뉴먼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품은 국가를 초월하며 여러 번 국경을 넘어서 관세로 특정 국가를 정확히 겨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결국 부수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며 글로벌 생산업체들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의 공급망 산업 실무 책임자인 안드레이 퀸-바라바노프는 글로벌 공급망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기업들이 구매 및 생산 과정에서 여러 차례 관세를 물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질문은 기업들이 감당해야 하는 예상치 못한 숨은 비용이 관세로 인해 얼마나 증가할지"라며 "추가 비용이 공급망 전체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60%를 넘어선 만큼 상호관세 부과에도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국가들에서의 생산 비용이 더 낮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10%와 20%의 관세를 이미 부과한데 이어 이번에 34%의 상호관세도 시행하기로 했다. 따라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65%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의 롤랜드 라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는 일반적으로 모든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전자제품 분야에서는 모든 대체 공급업체들이 동시에 타격을 받아서 생산망을 재조정할 여지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1기의 무역전쟁 이후 많은 중국 기업들도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캄보디아의 경우 전체 공장의 절반 이상이 중국 기업 소유다. 따라서 중국 기업들도 이번 조치에 대응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이누 마낙 무역정책 연구원은 "이번 신규 관세, 그리고 관세가 계속해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으로 인해 앞으로 몇 개월과 몇 년간 무역 불확실성이 아주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