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금융당국과 함께 역대 가장 많은 30여명 조사관을 지역 단위 새마을금고에 파견했다. 작년 4월, 11월에 이어 새마을금고는 4개월여 만에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행안부는 2023년 7월 촉발한 초유의 새마을금고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의 재발을 막겠다고 전했다.
직전 중앙회장의 금품 수수 혐의 등 방만 경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뇌관이 터지면서 야기된 뱅크런 피해는 막심했다. 한 달 사이 예수금 17조6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부동산 PF 부실 사태 여파도 컸다. 작년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관련 대출 총액(183조7000억원)에 연체율(6.81%) 적용 시 부실 금액은 12조5000억원에 달했다.
고객, 조합원, 나아가 국민 반응은 냉담했다. 대표 서민금융기관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정부의 철퇴는 불가피했고, 새마을금고의 자구책은 절실했다.
뱅크런 파장이 지속되던 그해 12월 김인 현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창립 60년 만에 처음 치러진 직선제에서 당선됐다. 3만여명 임직원의 시선은 김 회장을 향했다. 추락한 신뢰 회복이 급선무였다. 경영 쇄신을 요구하는 정부의 압박 수위도 높아져 갔다.
"럭비의 기본은 스크럼(Scrum)인데 얼마나 견고히 짜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려요. 금융도 똑같다고 봅니다. 지금이 새마을금고 스크럼을 재정비할 때입니다."
당선 직후 만난 김 회장은 위험 요인을 직시했다. 각종 리스크에 맞서겠다는 결의를 스크럼(쌍방의 선수들이 공을 차지하기 위해 어깨를 맞대어 버티는 태세)에 빗댔다. 대학 시절 뛰었던 럭비부를 회상하면서다. 조직의 체질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그의 방침은 행안부가 내린 경영혁신안과 맞아떨어졌다.
현행 새마을금고법과 시행령 및 감독 기준을 수정할 입법 과제, 내부통제 내규 개정 등이 혁신안의 골자였다. 중앙회장의 제왕적 권한을 축소하는 한편 1회 연임할 수 있던 임기제도를 단임제로 바꾼 조항도 첨부했다. 특히 단위 금고 수장인 이사장을 처음으로 조합원들이 직접 뽑는 선거제를 고안했고 지난달 실행했다.
부동산 PF 등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중앙회 산하의 '새마을금고자산관리회사'의 설립 근거도 마련했다. 올해 7월 본격 업무가 시작되며 지역 금고의 연체율 관리와 건전성 제고에 주력한다. 일부 대출채권 회수가 어려울 것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대손충당금은 7조원까지 적립했다.
김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대손충당금 적립 비용을 대폭 늘린 탓에 적자 전환한 손익 개선이 시급하다. 2022년 말 1조5500억여원까지 오른 순이익은 김 회장 취임 원년에 860억여원으로 줄었다가 작년에는 창립 이래 최대인 1조7300억여원 순손실이 발생했다. 가계와 기업대출 연체율이 모두 오르는 상황에서 각각의 여신 규모가 감소한 대목도 놓쳐서는 안 된다.
끊이지 않는 부당대출·횡령 등 금융사고와 갑질·성 비위 예방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권 지역 단위 법인, 즉 금고 수(1276개·점포 3249곳)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사고를 막기 어렵다는 해명은 납득할 수 없다. 새마을금고의 자정 능력부터 키워야 하는데 김 회장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동시선거에서 선출된 1101명을 포함, 전국 1256명의 이사장 모두가 내부통제에 주력해야 할 때다.
새마을금고가 혁신 과제를 수행한 지 1년여 흐른 현재 이번 감사가 진행 중이다. 중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과제 수행률이 저조하거나 또 다른 금융사고가 적발된다면 치명적일 것이다. 반대로 성적이 양호하다면 뱅크런 위기 극복과 '부실 금고'의 오명을 다소 씻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 역시 감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내년 초 치를 중앙회장 선거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개정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개정규정 시행 이후 임기가 개시되는 회장부터' 단임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김 회장은 내년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직선제로 뽑은 최초이자 마지막 '연임 회장'이 나올지 여부가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각종 금융사고의 진원이던 새마을금고가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새마을금고 정상화"를 기치로 내건 정부와 "투명성 확보에 사활을 건다"는 김 회장 각고면려의 결과가 어떨지 주목되는 4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