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틀간 S&P500지수는 11% 하락했는데 이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이틀간 기록한 하락폭으로는 가장 가파르다. 또 지난 2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대비 17% 넘게 낮고 최근 7주 중 6주 동안 하락세를 기록했다.
나스닥100지수는 6.1% 급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2월의 고점 대비 20%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당시와 비슷했다.
EPFR글로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자료에 따르면 3월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47억달러가 빠져나가며 2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이날 중국이 오는 10일부터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무역 전쟁 확대 우려가 급격히 확산했다. 앞서 중국은 미국 닭고기, 밀, 옥수수, 면화 등에 관세를 인상하고 일부 방산업체를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는 자신의 경제 정책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새로운 관세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예상보다 훨씬 큰 가능성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통화정책 변경을 고려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연준이 금리를 시장 예상대로 동결한 이후 내놓는 첫 공개 발언이었다.
픽테자산운용의 루카 파올리니 수석 전략가는 "시장이 피를 흘리고 있고 고통이 이제 막 시작됐다"며 "고조되는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위험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보복하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이미 발생했고 트럼프가 물러서지 않는 한 결국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50파크인베스트먼트의 애덤 사한 창립자는 "현재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주식시장이 계속 매도세를 보이고 있고 이는 투자자들이 무역전쟁으로 경제 성장과 기업 이익 성장 모두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도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45를 넘어서며 시장 혼란이 극심한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찾아 몰리면서 미국 국채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한때 3.90% 아래로 떨어지며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미국의 3월 고용이 예상보다 탄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 노동부 고용통계국에 따르면 3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2만8000명 증가했다. 다우존스가 예상한 14만명을 크게 뛰어넘었고 2월 수정치인 11만7000명도 웃돌았다. 1월과 2월 신규 고용 건수도 크게 하향조정됐다. 1월과 2월 수치는 각각 3만4000명과 1만4000명 감소했다. 실업률은 4.2%를 기록해 전망치인 4.1%보다 높았다. 다만 이에 대해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의 스콧 래드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좋은 고용 지표만으로는 경지침체 우려를 잠재울 수 없다"며 "이 수치는 과거 데이터를 반영한 것이며 무역전쟁으로 인해 경제에 얼마나 큰 충격이 있을지 충분히 보여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강화됐다. 이날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이 금리를 네 차례 인하할 확률이 크게 상승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 이전의 세 차례 인하에서 늘어났다. 5월 인하 확률은 약 50%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