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영록 전남지사, 호남 정치 어디 가고 이재명 눈도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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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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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지난 8일 슬그머니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호남 정치 부활을 외치며 대선 행보에 나선 지 두 달 만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 25일 민선 8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전남도 제공.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지난 8일 슬그머니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호남 정치 부활을 외치며 대선 행보에 나선 지 두 달 만이다. 

불출마 이유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호천사를 자처했다.

사실 김 지사의 대권 행보에 전남도민들은 그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예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이 '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체급을 올리기 위한 꼼수 출마라는 비판도 있었다.

다만 맥 끊긴 호남 정치 부활을 위해 '절대 중도 포기는 없다'며 완주 의사를 밝힌 김 지사의 결기는 노관규 순천시장 등 많은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지역민들은 DJ 이후 호남이 중앙정치에서 소외되는 상황에서 호남의 자존심 회복과 정치 중심에 서기 위한 그의 행보를 응원했다. 바보 노무현처럼 안될 줄 알면서도 도전하는 그의 순수함과 진정성을 믿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뜬금없이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로 나가야 한다"며 열렬한 지지자임을 자처했다. 그동안 호남이 민주당 정권 재창출을 위해 거수기 역할만 하는가에 대한 깊은 자조감이 있는데 이번에도 또 그러자는 것이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명분이 전부다. 왜 이렇게 선택했는지 납득이 가능해야 한다. 김 지사의 이런 판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대권을 포기한 김 지사의 선택은 내년 지방선거 3선 뿐이다. 3선 도전을 앞두고 심사숙고한 결정이겠지만 그러기엔 너무도 속이 뻔하고 초라하다. 

김영록 지사가 '3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거 3선에 도전하던 송하진 전북지사사례처럼 민주당 공천 컷오프 통과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재명 일극체제인 중앙당과의 우호적인 관계 설정이 매우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일 잘하는 도지사로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김 지사  입장에선 경선만 붙여주면 승산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김 지사는 산불, 구제역 비상시국인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재명 당 대표의 항소심에 외출을 신청하고 '현장 응원'을 달려가 눈도장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명 무죄' 등 이른바 대선 경쟁자를 띄우기도 했다. 

김 지사 측은 "대선 당내 경선에 참여하려는 것은 3선을 위한 행보는 절대 아니다"라고 거듭해서 강조했지만, 말과 실제 행동은 달랐던 셈이다.

결국 김 지사의 그동안 행보는 이재명 눈도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장봉현 기자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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