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폭로한 여성, ‘명예훼손’으로 잇따라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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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공익 목적이라도 피해자 노출 위법행위”
-처벌면제 규정 있지만 적용 여부는 제각각

[헤럴드경제=박일한ㆍ이유정 기자] 전 남자친구가 ‘데이트 폭력’(서로 교제하는 미혼의 동반자 사이 발생하는 폭력의 위협이나 실행)을 했다고 폭로한 여성이 잇따라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데이트폭력의 피해자가 도리어 명예훼손 등으로 기소돼 벌금형 등 법의 심판이 내려지는 경우다.

대전지방법원 형사11단독(판사 계훈영)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8) 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전 남자친구 B씨가 1인 시위를 하는 사진을 찾아 SNS에 공유하며 ‘데이트폭력남’이라고 폭로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베와 메갈리아의 폭력성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A씨는 해당 글을 통해 ‘사진 속 인물이 2013년도 저와 사귀다 데이트폭력을 저지르고 헤어졌던 인간임을 확인하게 되어 공론화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라며 ‘데이트 폭력남이 순수한 피해자를 자처하며 남성혐오와 폭력을 멈춰달라고 말하는 부조리함과 모순을 지적하고자 이 자리를 빌려 폭로합니다’라고 주장했다.

B씨는 A씨를 즉각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A씨의 일방적인 주장과 함께 얼굴이 노출돼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B씨는 엄청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고 인간관계나 사회관계 등 사생활이 중대하게 침해됐을 것”이라며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비슷한 경우는 종종 벌어진다. 데이트폭력을 폭로하는 글을 올렸다가 명예훼손이나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서는 경우다.

지난 2015년 6월 진보논객으로 알려진 한모(34) 씨와 2008년부터 약 4년간 교제하며 데이트폭력을 당했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려 데이트폭력 논란을 촉발시킨 문모(26) 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판사 이수현)은 지난해 8월 문 씨에게 벌금 10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형 선고를 미뤘다가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일종의 선처이지만 명예훼손 혐의 자체는 인정했다.

이들은 모두 데이트 폭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신과 같은 피해 여성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공익 목적으로 상대편 남성을 폭로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씨는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을 공론화하기 위한 공익 목적”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글의 전체적인 맥락, 사용한 단어, 어조 등과 피해자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데이트 폭력의) 문제점을 충분히 지적할 수 있었다”고 했다.

법원은 아무리 데이트폭력의 공론화가 목적이라고 해도 공공연하게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라는 입장이다. 법원은 “데이트 폭력 공론화 목적이 일부 있었다고 해도 피해자의 얼굴을 그대로 공개해 그의 신원을 특정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형행법상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 등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다. ‘명예훼손죄를 구성하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310조 규정이 있지만 적용 여부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다르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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