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살 길이 없네요, 엄마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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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길이 없네요.”

조성민(40)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두어 시간 전에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6일 오전 3시40분쯤 고(故) 최진실씨의 전 남편이자 전직 프로야구 선수 조 씨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여자친구의 아파트에 숨져 있는 것을 조씨의 여자친구 A(40)씨가 발견했다. 그는 욕실 샤워기 거치대에 가죽 허리띠로 목을 맨채로 발견됐다. 조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 조사결과 당시 외부 침입흔적이나 타살로 의심할 만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조씨는 전날 저녁 이 아파트에서 A씨와 술을 마셨으며 이별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조씨는 0시 11분쯤 자신의 어머니에게 “저도 한국에서 살 길이 없네요. 엄마한테 죄송하지만 아들 없는 걸로 치세요”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냈고, 5분 뒤에는 여자친구에게 “내 인생에 마지막이 자기와 함께하지 못해서 가슴이 아프다. 꿋꿋이 잘살아”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경찰은 자살로 추정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과 사망시각 규명을 위해 7일 오전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조 씨의 자살 이유에 대해선 두산 2군코치 재계약 실패, 사업실패, 여자친구의 결별통보 등이 추정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전 부인 최 씨의 자살 이후 전개된 세상의 ‘입방아’와 그로 인한 내상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주변 인물들은 조 씨가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면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심한 육두문자까지 하면서 흥분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쏟아내서 옮겨대는 소문이 그를 가장 힘들게 했다고 한다. 근거 없이 이어지는 최 씨의 자살 배경에 대한 억측, 자녀들의 양육권을 둘러싼 갈등이 그를 줄곧 괴롭혔다.

실제로 조 씨는 최씨 사망 이후 한 방송에 출연해 “최근 10년 사이 4번 정도 자살 생각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조성민이 아이들에 대한 친권을 주장하자, 전 부인의 유산을 노리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조성민은 “유서라도 써놓고 죽어야 내 진심을 알아줄까라는 생각도 했다”며 격한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조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 병원 장례식장은 취재진의 접근을 막은채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비극 속에 부모를 모두 잃은 최환희(12)·준희(10) 남매가 상주로 빈소를 지켜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조 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올 신년 초 자식들에게 “따뜻하게 입고 다녀라”라는 아버지로서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현재 남매는 최 씨의 어머니가 양육하고 있다. 8일 발인이다.

박미영 기자 my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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