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원, 약자와 연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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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뉴스를 보니 크게 고쳐야 할 것 없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 지 오늘

직접 와 보니 의문이 들긴 하네요.“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장향숙 국회의원

당선자가 22일 장애인 시설점검을 위해 국회를 한바퀴 도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무신경한가, 그들이 이런 사회 속에서

얼마나 불편을 겪고 있는가를 새삼 실감했다. 발언대에 올라갈 수 없는 일이나

의원석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야 아직 장애인 의원이 없었던

탓이라 치자. 그러나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비탈길조차 경사가 너무 가파라

뒤에서 누군가가 잡아주지 않으면 곤두박질칠 지경이라는 그의 이야기는 현재 있는

많은 장애인 시설이 시늉만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비장애인이 20분 정도 걸으면 될 거리를 1시간

넘게 분투해서 대장정을 끝낸 뒤 “지금 굉장히 행복합니다. 제 개인의 행복감이

소외 계층 모두의 행복감으로 발전하는 정치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더욱 뭉클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제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러 더 이상 지하철 선로에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시위하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눈가림 장애인 대책이 발붙이기 어려워지리란 희망이 싹터올랐다.

그러나 이보다 더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그가 단순히 장애인의 행복을 말한 게

아니라 소외계층 모두의 행복을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장애인이며 동시에

여성으로서 이중의 차별을 견디며 투쟁해온 그였기에 장애인을 넘어 소외계층

모두에게까지 시야를 넓힐 수 있었을 게다.

이런 점에서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진출한 다른 여성들이 자신의 출신계층이나

직능을 넘어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는 의정활동을 펴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간다. 마거릿 대처처럼 여성이란 점이 자신의 정치적 성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큰 소리치는 예외적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그가

어떤 계층에 속하든 크고 작은 차별과 억압을 받은 경험이 있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경실과 최진실에 이어 개그우먼인 김미화까지 남편에게 매맞고 살고 있었던 게

우리 여성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성 당선자들은 사회적 약자의 국회내 대표성을 확대하는 일에 당파를

초월해 협력하는 일로 연대의 첫걸음을 떼기 바란다. 그런 점에서 지역구 선거제를

보완해 국회가 다양한 계층과 직능의 국민을 대표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인

비례대표제의 본래적 의미를 살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비례대표의 본래적

의미를 살리려면 우선 우리 사회의 계층별 직능별 다양성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의 50%를 여성에게

할당했음에도 전체 여성의원 비율이 세계 평균수준에도 못미치는 13%에 그쳤다.

이는 비례대표의 비율을 대폭 확대하지 않으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여성이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최소 기준인 재적 3분의1 수준에 이르는

것이 상당기간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비례대표를 제대로 선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일 역시

중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각 정당은 외부심사위원을 참여시키는 등 비례대표

선정에 공을 들였지만, 여성계에서는 일부 당선자의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것은 대다수 정당들이 진성당원에 바탕을 두지 않고 있어 그

선정과정의 민주성을 담보할 수 없는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소속

정당을 국민에게 뿌리를 둔 정당으로 만드는 정당개혁 역시 여성 당선자들이 힘을

쏟아야 할 일이다.

이제 여성 당선자들은 6월이면 검증의 길로 들어선다. 그들이 국회의원이 된 게

단순히 그들 개인의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소외계층을 넘어 온

국민의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권태선 편집부국장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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