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변호사의 서울 현장 일기]갈 곳 없는 김군을 위한 유언장(2)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갈 곳 없는 김군을 위한 유언장’ 그 이후의 이야기

일전에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게 된 중학생 김군의 이야기를 소개한 바 있다. 당시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임대아파트의 보증금과 임차권을 손자인 김군에게 단독으로 상속하기 위해 필자와 함께 유언장을 작성했었다. 할머니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총 5가지의 법정 유언방식 중 가장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장’을 작성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방식은 이후 법원에서 ‘검인신청’이라는 절차를 거쳐야만 적법한 유언으로서의 효력을 갖게 된다. 검인신청에는 당시 유언장 작성 과정을 지켜보았던 증인들과 상속인들이 참여하여 유언장의 진정성을 확인받게 된다. 검인신청에서 상속을 받지 못한 나머지 상속인들이 이의제기를 하게 되면 상황이 복잡해 질 수 있는데, 다행히 김군의 경우에는 나머지 상속인들이 김군의 딱한 사정을 헤아려 전원 단독상속에 동의해 준 덕분에 신속하게 검인절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현재 김군의 법정대리인은 누구인가.

유언장의 검인신청이 마무리 되었다고 해도 미성년자인 김군이 할머니의 보증금과 임차권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를 더 거쳐야 한다. 미성년자가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정대리인이 필요하고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은 원칙적으로 ‘부모’인데 김군에게는 현재 김군을 도와줄 수 있는 ‘부모’가 없기 때문이다.

김군이 태어나고 얼마간은 지금의 임대아파트에서 할머니와 김군의 부모, 김군이 함께 살았었다. 그러다 2002년경 김군의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고, 아버지가 단독으로 친권과 양육권을 가지게 되면서 어머니와의 연락은 완전히 끊겼다. 김군을 관리하고 있던 사회복지사만이 간간히 김군의 엄마와 연락하며 김군의 상황을 전달할 뿐이었다. 그 후 2008년경 갑작스럽게 아빠가 사고로 사망하게 되면서 김군은 할머니와 단둘이 살게 되었고, 지금은 그 할머니마저 돌아가신 상황이다. 사회복지사는 김군의 아버지가 사망하였을 때 김군의 어머니에게 연락을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새로운 가정을 꾸렸으니 자신은 김군을 돌보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김군의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김군이 혼자 남게 된 때에도 같은 대답을 들었다.

지금은 이른바 ‘최진실법’이 제정되어 단독친권자가 사망한 경우 생존하는 부 또는 모에게 자동으로 친권이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의 판단을 통해 친권자가 지정되도록 되어있다. 최근 위 법조항이 적용되어 단독친권자가 사망한 후 생존하고 있는 부모가 아닌 실제 아이를 기르고 있던 할아버지가 후견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그러나 김군의 아버지가 사망할 무렵에는 최진실법이 제정되기 이전이라 김군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자동적으로 김군 어머니의 친권이 부활하였다. 따라서 현재 김군의 법정대리인은 엄연히 ‘김군의 어머니’로 존재하고 있지만, 어머니는 김군을 대신해서 김군의 상속재산을 관리해 줄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미성년자 후견인 선임

결국 김군이 할머니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친권을 박탈하고 어머니를 대신해 김군의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후견인을 선임하여야 한다. 후견인은 오랫동안 김군을 돌봐오며 실질적인 부모 역할을 하고 있고 김군도 가장 의지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최씨로 예정하고 있다. 친권 상실은 부모자식의 연을 끊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매우 꼼꼼하게 판단하는 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김군의 어머니는 물론 김군까지도 법원에 출석해서 자신의 상황을 진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어린 김군이 재판과정에서 힘들지 않고,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며 필자는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1644-0120).

*나눔과 나눔 대표전화 : 02-472-5115, 후원계좌 : 우리은행 1005-201-795188, 신한은행 100-026-995248 (예금주 나눔과나눔)


모바일 경향 [경향 뉴스진 | 경향신문 앱 | 모바일웹] | 공식 SNS 계정 [경향 트위터] [페이스북] [세상과 경향의 소통 커뮤니티]
- ⓒ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