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최진실의 타임캡슐 “저를 꼭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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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4.12.02. 오후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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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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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전 파묻은 타임캡슐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4년 11월 29일, 서울시는 타임캡슐을 파묻었습니다. 1394년 서울을 수도로 정한 지 6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서였죠. 타임캡슐은 그로부터 400년 뒤, 2394년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지금 남산 한옥마을에 가면 그때 타임캡슐을 묻어놓은 곳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타임캡슐을 묻었다는 사실이 잊혀져서 한참 뒤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앞으로 380년 뒤, 서울의 타임캡슐은 누가 열게 될까요?

■ 또 하나의 타임캡슐



당시 파묻은 타임캡슐 외에 또 하나의 캡슐이 있습니다. 전시용으로 제작된 것인데요, 묻은 것과 똑같이 보신각종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건물 화단에 방치돼 있던 이 타임캡슐을 최근 서울역사박물관이 찾아내 전시하고 있습니다. 당시 타임캡슐에 넣었던 물건들도 찾아내 함께 전시하고 있고요. 삐삐나 휴대용 TV, 서태지의 카세트테이프 같이 지금은 보기 어려운 물건들이 많습니다.

■ 1994년, 시민 700명의 하루 일상을 담다

타임캡슐 매장품 가운데 가장 공들인 것은 서울시민 700명의 일상을 기록한 영화입니다. 700명에게 각각 동영상 카메라를 빌려주고 1994년 어느 날 하루를 기록하게 했습니다. 모인 700 개의 테이프를 정리해서 기록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기록영화 속 인상적인 장면은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는 지금의 상암동 부근입니다. 난지도로 불렸던 그곳에는 쓰레기가 지평선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불과 20년 만에 말끔한 디지털미디어시티로 바뀌었다니 그야말로 상전벽해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서울시가 한때 수직 갱도를 파서 '쓰레기 관광'을 추진하기도 했었는데, 땅속의 쓰레기는 어떻게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 20년 전, 최진실의 말

기록영화에는 달동네 풍경이나, 지금은 거의 없어진 집창촌 풍경처럼 덜 개발된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거리의 사람들은 대체로 낙관적인 분위기입니다. "돈 벌고. 자식 키우고 그게 행복 아니겠어요?" "행복하죠" 등의 인터뷰가 많습니다. IMF 구제금융 사태가 있기 전이었고 기록영화가 촬영된 1994년 봄에는 성수대교 붕괴나 삼풍백화점 참사도 일어나기 전입니다.

시민 인터뷰 가운데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던 고 최진실 씨의 인터뷰도 있습니다. 최진실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역사적으로 남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를 꼭 기억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최진실 씨는 이후에도 배우로 맹활약했고,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죠. 지금에 와선 그 누구도 역사적으로 남을 사람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위치에 올랐습니다.

■ 일상이 역사가 된다

내년 초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 가면 1994년 타임캡슐 모형과 당시 매장품, 그리고 최진실 씨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박물관 측은 시민 기증 등을 토대로 생활사 자료 2만여 점을 수집했는데요. '응답하라 1994'라고 붙인 이번 전시 외에도 앞으로도 수십 년 전 추억을 꺼내 볼 수 있는 전시회를 수시로 열 계획입니다.

☞ 바로가기 20년 전 서울의 모습, 그때 무엇을 하셨나요?

박대기기자 (wait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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