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공직자 공금 횡령 등의 경우 피선거권 박탈 부과 규정 형사소송법상 피선거권 박탈 가집행 가능…실제 사례도 뒷받침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정치인들이 사법부를 향해 정치적 판결을 했다고 공격하는 건 만국 공통이다. 지난달 31일 파리 형사법원은 프랑스의 유력 대권 주자이자 극우 진영의 리더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이 유럽연합(EU) 자금을 횡령했다고 보고 그에게 징역 4년에 벌금 10만 유로(약 1억5천만원)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5년간의 피선거권 박탈을 가집행하라고 판결했다. 르펜 의원이 항소하더라도 새로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피선거권이 박탈된다는 취지다. 피선거권 박탈의 가집행을 결정한 건 재판부의 '재량'이다.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아야 피선거권 박탈이나 의원직 상실이 되는 한국의 법체계와 다르다. 르펜 의원을 비롯한 RN 관계자와 지지자들은 재판부가 2027년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르펜 의원의 출마를 막기 위해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고 융단폭격을 가했다. 실제 여론조사업체 엘라베가 프랑스 성인 1천533명을 상대로 조사해 지난 5일 공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대선 1차 투표에서 르펜 의원을 찍겠다는 응답은 32∼36%(경쟁 정당의 후보에 따라 달라짐)로 나왔다. 경쟁자들의 지지율을 한참 앞섰다. 그러나 법조문과 유사 판례들을 보면 RN의 공세처럼 사법부가 르펜 의원의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해 불공정한 판결을 내렸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을 보면 2017년 '정치권 신뢰 회복을 위한 법률'에 따라 도입된 프랑스 형법 제131-26-2조는 공금 횡령이나 성폭행, 테러 등 특정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해선 피선거권 박탈 처벌을 의무적으로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 이외에도 2016년 12월에 발효된 '사팽2'(Sapin 2)법에 따라 공금 횡령 등 부정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공직자에겐 그동안
04-11 07:00'경쟁적 권위주의' 트럼프 2기 시대, 높아진 '반대의 대가'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트럼프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누구도 미국을 보고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르는 것을 그치지는 않으리라" 지난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정부에 대해 '삼십세' 작가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그는 심각한 사람이 아니지만 백악관 복귀의 후과는 극심할 것"이라고 했을 때 공명하는 사람이 적지는 않았지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말할 때는 선거운동용 구호로 보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트럼프 1기 정부 말에 1·6 폭동 사태가 있기는 했지만, 시스템으로서 미국 민주주의는 건재했다는 점에서다. 말하자면 "트럼프 시대를 겪어봤지만, 결정적인 일은 없었다"는 전반적인 인식이 '취임 첫날만 독재' 발언까지 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지 않은 밑바탕이 된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영역에 걸쳐서 전례 없는 수준의 변화를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것의 대가가 커졌다는 점이다. 가령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만' 개칭 방침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요한 취재 기회를 박탈당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마다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플로리다주의 사저 마러라고로 향하는 가운데 동행 기자단의 풀(pool) 메모에는 "AP 소속 펜 기자와 사진 기자의 취재가 거부됐다"는 표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영주권을 가진 한국계 미국인 컬럼비아대 대학생이 가자 전쟁 반전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추방 위기에 몰린 것도 유사한 사례다. AP통신이나 한국계 미국인 대학생 모두 법정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이길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 과정은 지난할
04-06 07:074년 내전에 극심 혼란 지속…일시 휴전, 평화 정착 기회 삼아야 지적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강종훈 특파원 = 2021년 쿠데타 이후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미얀마인들에게 또 다른 최악의 시련이 닥쳤다. 군사정권의 무차별 폭력과 공포 정치, 극심한 경제난과 내전으로 인한 혼란에 더해 끔찍한 자연재해까지 터졌다. 지난달 28일 발생한 규모 7.7 강진에 미얀마 수도 네피도와 제2 도시 만달레이를 비롯해 국토가 찢어지듯 처참히 파괴됐다. 정상 국가라도 감당하기 힘들 막대한 피해가 났지만, 미얀마 군정은 이를 수습할 능력도 의지도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인도주의적 위기를 군정의 장악력을 높일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정이 밝힌 지진 사망자는 3일 기준 3천100명을 넘어섰다.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시설 파괴, 의료품과 장비 부족으로 구조와 부상자 치료가 매우 어렵고, 우기가 다가오면서 전염병과 산사태 등 추가 피해도 예상된다. 전 국가적 위기에도 군정은 '아군'과 '적군'을 나누고 있다. 그동안 난민 지원을 위한 국제구호단체 접근을 제한하던 군정은 이번 강진 이후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군정 통제로 국제사회 지원이 분쟁 지역에는 제대로 닿지 않고 있다. 군정은 지진 발생 이후에도 반군 점령 지역에 공습을 계속했다.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와 소수민족 무장단체 연합인 '형제동맹'의 일시 군사활동 중단 선언도 무시했다. 군정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반군이 적극적으로 전투에 나서지 않아도 훈련하며 공격 준비하는 것도 침략의 한 형태"라며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고도 말했다. 앞서 군정은 형제동맹 등의 총공세로 위기에 처하자 "정치적 해결책을 찾자"며 대화를 제안했고, 반군이 받아들이지 않자 중국 중재로 휴전회담에 나서기도 했다. 정작 강진으로 반군이
04-05 07:07식료품점·車매장 한산…LA 현지 소비자 "트럼프 마구잡이 관세" 차 판매 직원 "지난 주말 바빴는데 오늘은 조용…가격 변화는 아직 없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에 고율의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하루 뒤인 3일(현지시간) 미국 마트에서 만난 현지 소비자들은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걱정스럽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오후 1시께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 만난 38세의 멕시코계 미국인 여성 제시카 에스코베도 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일자리를 늘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작년 선거에서 그를 뽑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에스코베도 씨는 "그(트럼프 대통령)가 관세를 올리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며 "그것은 모든 것의 가격이 올라갈 것이란 뜻이고, 우리가 물건을 살 때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어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달걀이 훨씬 비싸졌어도 우리는 그것을 사 먹을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 채소나 다른 식료품들도 그렇게 비싸진다면 부담이 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그는 "트럼프가 캘리포니아의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이 일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여전히 그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63세의 백인 남성인 제프 레인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레인 씨는 "나는 관세라는 개념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트럼프 행정부)이 그것을 시행하는 방식은 전혀 신중하지 않다"며 "그들이 의도하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전에 많은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아니면 협상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지금 보이는 모습은 벽에 뭔가를 마구 던져서 잘 붙는지 확인하는 식인
04-04 09:27라마포사 "미국과 관계 개선 최우선 과제"…해법 '난망' 11월 요하네스버그 G20 정상회의 트럼프 불참 가능성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는 미국과의 관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고민이 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과 함께 미국 정부의 대외 원조를 일시 중단했다. 지난 2월 7일에는 남아공 정부의 토지 수용 정책을 '인종차별적 토지 몰수'로 규정하고 남아공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비롯한 보건 프로그램을 위해 미국에서 연간 약 4억4천850만 달러(약 6천570억원)을 지원받는 남아공 전역의 보건 기관에 당장 자금 공백이 생겼다. 2월 말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에서 1주일 간격으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와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는 미국의 마코 루비오 장관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모두 불참했다. 미국은 이어 2월 28일에는 남아공 주재 대사관을 통해 화석 에너지 사용 감축을 위한 기후금융 협약인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 탈퇴를 통보했다. 미국은 남아공 JETP에 5천600만 달러(약 810억원)의 보조금 지급과 10억 달러(약 1조4천462억원)의 잠재적 상업적 투자를 약속했었다. 급기야 미국은 지난달 한 세미나의 발언을 문제 삼아 에브라힘 라술 주미 남아공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추방하기에 이른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종식 이후 남아공의 대사가 주재국에서 추방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처럼 갈수록 꼬여가는 미국과 관계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고 거듭 강조하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는 토지수용법은 백인의 토지를 일방적으로 빼앗는 게 아니라 공익 목
04-04 07:07도로파괴에 통신두절 '악전고투'…초토화된 옛 왕조 수도 만달레이까지 15시간 차로 달려 여진에 기자 투숙 호텔서도 '대피령'…'반군 장악 진앙' 사가잉 취재 불가능 군정에 대한 주민 불만 고조…"군정은 권력 유지에만 혈안" (양곤·짜우세·만달레이·네피도[미얀마]=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이거 어쩌죠. 만달레이로 가겠다는 차가 없어요. 다시 조금 찾아볼게요." 지난달 29일 미얀마 양곤으로 들어가기 위해 태국 방콕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양곤에 있는 한인 여행사와 통화할 때부터 이번 출장이 쉽지 않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미얀마 중부를 강타한 규모 7.7의 강진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미얀마로 급파됐다. 지진 직격탄을 맞은 미얀마 마지막 꼰바웅 왕조의 수도 만달레이의 참상을 직접 보고 기사화하기 위해서다. 평소 같으면 방콕에서 곧바로 만달레이로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었지만, 지진으로 만달레이 공항이 폐쇄되면서 미얀마 최대도시인 남부 양곤에서 차를 타고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진이 계속된다는 소식에 미얀마 운전기사나 가이드 등 누구도 만달레이행에 선뜻 동행하지 않으려 했다. ◇ 15시간 걸려 만달레이로…초토화된 옛 수도 어렵게 차와 가이드를 구해 30일 새벽 5시 양곤에서 만달레이로 출발했다. 평소 8시간 거리였지만 가이드는 최소 12시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걸린 시간은 15시간으로 예상을 뛰어넘었다. 양곤에서 수도 네피도를 지나 만달레이에 가까워질수록 고속도로 일부가 부서지거나 아예 끊긴 곳이 많았다. 그때마다 도로를 우회하며 북쪽으로 나아갔다. 만달레이에서 남쪽으로 40㎞ 정도 떨어진 짜우세에 도착하자 지진의 참혹한 피해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두세 집 건너 한 집이 무너졌고, 3층짜리 상가 건물도 주저앉았다. 약 70명의 어린이가 다니던 유치원이 무너지면서 10여명의 아이가 숨진 현장도 나타
04-02 09:01정부청사 연결 20차선 도로도 갈라져…수도 시내지만 다니는 차 손에 꼽혀 30m마다 군경, 대로 외엔 출입 막아…"더 접근하면 강도 높은 검문" 호텔도 전기 끊겨…전화 신호 찾아 길 나서자 "노 인터넷" (네피도=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가능하면 네피도에서 빨리 벗어나면 좋겠어요." 기자가 이용한 차의 운전기사 아아웅(48) 씨가 1일 오전(현지시간)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 시내로 들어서자 한 말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얀마 남단에 있는 최대 도시 양곤을 출발, 강진 직격탄을 맞은 만달레이까지 누비며 불평 없이 운전했던 기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아했다. 지진으로 차 한 대만 겨우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도로도, 곧 쓰러질 것 같은 빌딩 옆도 씩씩하게 운전했던 그는 하지만 "네피도는 군인과 경찰이 다 감시하는 곳이고 괜히 시비가 걸리면 너무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네피도의 상징인 야자 타니 대로에 들어서자 지난달 28일 발생한 규모 7.7 지진으로 도로가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틈은 모래를 급히 채워 놓은 모습이었다. 길옆에는 쓰러진 가로등도 많았다. 이번 진앙에서 약 250㎞나 떨어진 곳이지만 지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야자 타니 대로는 정부 청사와 의사당 등으로 이어지는 길로 왕복 20차선의 활주로 같은 대규모 도로다. 하지만 오다니는 차는 거의 없었고, 지진으로 파손된 도로를 정비하는 사람들과 총을 든 군인들만 보였다. 네피도는 202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가 삼엄하게 주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도시라 '동남아의 평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도로를 따라 청사 쪽으로 가보자고 하자 아아웅 씨는 이곳에 들어가려면 미리 허가받아야 한다며 더 갈 수 없다며 거절했다. 야자 타니 대로를 빠져나와 네피도 중심부 더삐공 지역으로 이동하니 아웅산(1915∼1947) 장군 동상 앞 계단도 이번 지진으로 금이 가고 부서진 게 눈에 들어왔다. 아웅산
04-01 16:35미얀마 젖줄 에야와디강 사이에 두고 만달레이 서쪽 20㎞ 위치한 사가잉 '공습 지속' 군부, 출입 차단하고 접근 막아 구조 답보…"시신 악취 심해, 만달레이보다 참혹" 만달레이 시민들 군부 반감 커져…"반군 아닌 시민군, 군부는 반군 퇴치 기회로 삼을 것" (만달레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7.7 미얀마 강진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만달레이다. 미얀마 제2의 도시로 많은 언론이 집중하는 곳도 이곳이다. 하지만 만달레이에서 만난 주민들은 인근 사가잉 지역에 더 큰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가잉은 미얀마의 젖줄인 에야와디강을 사이에 두고 만달레이와 동서로 나뉘어있다. 만달레이에서 서쪽으로 20㎞ 정도 떨어져 있고 인구 약 30만 명인 불교 중심지다. 이번 지진 진앙의 정확한 지점이 만달레이에서 서남서쪽 33㎞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가잉이 사실상 진앙인 셈이다. 그런데도 사가잉이 언론의 관심을 덜 받는 것은 이 지역이 미얀마 반군이 장악한 곳이어서다. 군부는 지진 발생 이전에도 반군 장악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활동을 제한해 왔다. 지진 이후에도 군부는 이 지역을 겨냥한 공습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외국인 출입도 제한했다. 외신이나 구호 단체가 접근하지 못 해 제대로 된 피해 상황이 외부로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만달레이에서 만난 한 주민은 "만달레이 피해도 크지만, 사가잉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라며 "제대로 된 구호 활동이나 지원이 닿지 않아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목선을 이용해 만달레이에서 구호품을 들고 사가잉 지역을 다녀온 교민 김모 씨는 "생수를 나눠주려고 들어갔더니 마을 사람들이 몰려드는 등 상황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언뜻 보기에도 만달레이보다 피해가 훨씬 커 보였다"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싱크탱크 '아나갓 이니셔티브'의 냔타 린은 사가잉 지역에서 시신 악취가 심하다는 소식을 감안
04-01 10:5311층 규모 아파트 6층만 남기도…규모 7.7 지진에 병원·호텔·주택 등 주저앉아 무너진 건물 잔해에 90명 매몰…유가족은 망연자실 눈물만 살아남은 자들, 여진 불안에 '노숙'…기자 투숙 호텔도 대피령 내전에 강진 겹치며 회복 '난망'…주민이 직접 중장비 동원해 사체 수습 (만달레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31일 오전(현지시간) 찾은 미얀마 '제2 도시'이자 옛 왕조의 수도로 유서 깊은 만달레이는 지난 28일 덮친 규모 7.7 강진으로 그야말로 초토화된 모습이었다. 이날 들른 만달레이 아마라푸라 지역의 한 사원에서는 강진 참상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사원 입구부터 주요 건물 첨탑 등이 무너지고 주저 앉았다. 망가진 사원에는 승려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른 한 사원에서는 와불(臥佛)의 한 부분이 뜯겨 나가는 등 불상 일부가 부서지기도 했다. 왕궁에서도 한 건물이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45도 각도로 기울었다. 그나마 형태를 유지한 또 다른 한 왕궁 건물은 주변 벽이 심하게 부서졌다. 불교국가 미얀마를 상징하는 사원과 왕조의 영화를 드러냈던 왕궁도 지진 충격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지진 이후 주말을 보내고 이날 월요일을 맞은 주민들은 아침부터 일터로 향하며 일상 회복을 염원했지만, 도시 내부 곳곳에서는 참혹한 지진 피해 현장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무너진 학교, 병원, 호텔, 아파트가 곳곳에서 흉물처럼 서 있었다. 줄줄이 쓰러진 서민 주택 모습도 이어졌다. 2007년 미얀마의 제1 도시인 양곤과 함께 반정부 시위인 '사프란 혁명'으로 노랗게 물들었던 만달레이가 쓰러진 건물로 뒤덮인 암울한 도시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밤사이 여진이 또 올까 봐 집 밖에서 잠을 잤다. 집을 잃은 사람들은 관공서나 사원, 학교 운동장 등에 천막을 치고 머물렀다. 실제로 이날 새벽 기자가 숙박하던 5층 호텔에도 침대가 흔들릴 정도의 여진이 닥쳤다. 비상사태를 대비해 층마다 앉아
03-31 22:45회장 자택에 직원 등 10여명 대피…"가족 같은 미얀마인 살아갈 힘 잃을까 걱정" (만달레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사무실에 일을 보는데 온 방이 흔들렸어요. 큰 TV가 쓰러지려 해서 손으로 잡으면서 든 생각이 '미얀마가 잘못 되면 안 되는데'였습니다." 31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만난 조성현(67) 만달레이 한인회장은 지난 28일 현지를 강타한 규모 7.7 지진과 관련해 한인 교민들에 대한 걱정만큼 현지 미얀마인의 상황에 마음을 썼다. 조 회장은 2009년 만달레이에 자리 잡았고, 지금은 만달레이에서 자동차용 배터리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조 회장은 "다행히 우리 교민들 인명 피해는 없다"면서도 재산상 피해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이 흔들려 대사관에서 마련한 (식당) 대피소에서 지내는 분들이 있다"며 "대사관에서 빠르게 영사를 파견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음식을 대접하는 등 도와주고 있고,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져주니 교민들도 안심하고 힘을 내서 생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다른 가족 없이 만달레이에서 혼자 생활하지만, 이곳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가족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날 그의 사무실에 붙어있는 자택에 가보니 직원들은 물론 100일 갓 넘은 아기까지 10여명이 함께 있었다. 지진이 나자 상대적으로 튼튼한 조 회장의 집으로 직원들이 대피해서다. 지진 이전에도 미얀마 군정이 집권한 이래 환율이 치솟으면서 물가가 뛰자 조 회장 집에서 먹고 자면서 생활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조 회장은 "나는 어디 가도 만달레이따(만달레이 토박이라는 뜻)라고 말한다. 미얀마인은 내 가족"이라며 가족인 미얀마인에 관심을 더 갖고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뜩이나 정치가 혼란스러워 주민들이 힘든 상황에서 큰 지진까지 났으니 이들이 살아갈 힘을 잃을까 걱정된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교민들은 우리를 받아 준 미얀마인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간
03-31 19:00'대사관 지정' 식당서 일부 대피하며 숙식 해결…"통신 두절에 한국 가족들 걱정" "만달레이는 내 터전, 다른 곳 갈 생각 없어"…대사관, 영사 파견·생필품 전달 지원 (만달레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현지시간 31일 낮 12시께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한식당 '한강'. 지난 28일 현지를 덮친 규모 7.7 강진으로 사실상 고립됐던 한국 교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약 20여명이 모였고 이들은 라볶이와 어묵탕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이곳은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에 의해 교민 대피소로 지정된 곳이다. 만달레이 한인회는 만달레이주 주도인 만달레이에 70명, 주 전체로 보면 총 100명 정도의 교민이 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어학원이나 개인 사업을 하며 지낸다. 다만 한국대사관은 양곤 등을 왔다 갔다 하며 사는 교민들이 있어 지진 당시 만달레이에 40여명, 만달레이주에는 7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대피소에 모인 교민들은 대부분 집이 파손돼 자택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이들이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교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집에 살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다 보니 지난밤에는 교민 11명이 이곳에서 잠잤다. 다른 한 교민은 집 안에서는 잠잘 수 없지만 도둑이라도 들까 봐 걱정돼 집 앞 차에서 눈을 붙였다고 했다. 만달레이에서 한국어 학원과 분식집을 하는 진형범(56) 씨는 "지진 당일 주방에 있었는데 벽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며 "너무 놀라 가스를 잠그고 뛰어나가 몸은 다치지 않았는데 1층 벽이 무너졌고 2층은 반파됐다"고 말했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진 첫날과 이튿날에는 노숙했고 사흘째는 대피소로 들어왔다. 진 씨는 "내전 때문에 그동안도 생필품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은 강진 발생 이후 한동안 외부와 연락하지 못했다. 특
03-31 19:0011층 규모 아파트 6층만 남기도…강진 직격탄 맞은 만달레이 참상 주저앉은 건물 잔해에 90명 매몰…유가족은 망연자실 눈물만 살아남은 자들, 여진 불안에 집밖서 '숙식'…기자 투숙 호텔도 대피령 내전 속 정부 지원 매우 열악…주민이 직접 중장비 동원해 사체 수습 (만달레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지난 28일(현지시간) 규모 7.7의 강진 직격탄을 맞은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의 상황은 '참혹' 그 자체였다. 지진 이후 주말을 보내고 31일 월요일을 맞은 주민들이 아침부터 일터로 향하기도 했지만 도시 내부 곳곳에서는 지진 피해 현장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사람들은 밤사이 여진이 또 올까봐 집 밖에서 잠을 잤고, 집을 잃은 사람들은 관공서나 사원, 학교 운동장 등에 천막을 치고 머물렀다. 실제로 이날 새벽 기자가 숙박하던 5층 호텔에도 침대가 흔들릴 정도의 여진이 왔다. 비상사태를 대비해 각 층마다 앉아있던 호텔 직원들은 방문을 두드리며 빨리 대피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로 상황도 엉망이었다. 도로 양쪽이 무너지면서 차가 겨우 1대 지나갈 만큼만 남아 아슬아슬하게 통과해야 하는 길들도 많았다. 다른 여러 도로는 아예 폐쇄됐다. 도로변에는 완전히 무너지거나 기울고 금이 간 집들이 두세 집 건너 한 집씩 보였다. 물 공급이 안 되다 보니 주민들은 우물터에서 물을 길어다가 나르거나 모여서 목욕했다. 만달레이 외국어대학 인근에 있는 아파트 스카이 빌라는 11층 규모였지만 지진으로 1∼5층이 주저앉아 6개 층만 남은 상태였다. 이 아파트에는 현재 90여명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6층 규모 건물이 그대로 버티고 있다 보니 그 밑에 깔린 이들을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일반인 접근은 통제된 상태였으며 통제선 밖에는 매몰된 사람들의 유가족들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앉아 눈물 짓고 있었다. 우쩌두아웅(48) 씨는 "나는 큰 피해가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많이
03-31 17:00양곤서 만달레이까지 평소 2배 15시간 걸려…고속도로 유실돼 곳곳 위험 유치원 무너지며 어린이 십여명 숨지기도…주민들 길가 돗자리·텐트서 생활 (만달레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30일 오전 5시(현지시간) 기자는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차를 타고 중부 만달레이로 향했다. 만달레이는 미얀마 제2의 도시로 이번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양곤에서 만달레이는 650㎞ 정도 떨어져 있어 평소 한국 교민들은 주로 비행기로 이동한다. 하지만 지진으로만달레이 공항이 폐쇄되면서 육로를 이용했다. 이번 지진을 피한 양곤을 비롯해 미얀마 남부는 큰 영향이 없어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파손된 도로들이 나왔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차를 몰다 보면 갈라진 도로를 피하지 못 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가로등도 없다 보니 해가 없을 때는 이동하지 않겠다는 현지 기사의 말이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양곤과 만달레이 중간쯤 있는 수도 네피도 인근 고속도로는 4차선 도로였지만 3개 차선은 폐쇄하고 1개 차선을 교대로 운행하는 곳들이 많았다. 주유소도 기름이 없는 곳이 많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유했다. 만달레이에 가까워질수록 문을 연 주유소보다 닫은 주유소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간중간 미얀마군이 검문하며 어디에서 어디로 가며 왜 가는지를 물었다. 동행한 현지 가이드는 "내전이 계속되다 보니 이 와중에도 군에서 징병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징병이 남녀 할 것 없이 이뤄지다 보니 양곤에 사는 젊은이들은 군에 끌려갈까 봐 웬만하면 양곤을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2021년 쿠데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탈취했지만, 현재는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과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반격으로 수세에 몰려 있다. 만달레이에서 남쪽으로 40㎞ 정도 떨어진 짜우세 시에 도착하자
03-31 06:01교민 인명 피해는 없어…만달레이 등 주유소엔 긴 줄·통신도 일부 먹통 "외부 지원 막혔고 구호활동도 못 봐"…최대도시 양곤은 피해 없어 (양곤=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집 천장 석고보드들이 무너졌는데 그래도 집이 제일 안전하다고 판단해 집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다른 주민들은 길에 돗자리 깔고 생활하고 있고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얀마 중부를 강타한 강진으로 수도 네피도에서 건축업을 하는 교민 홍순범(53) 씨의 집도 크게 흔들렸다. 천장 석고보드가 떨어져 나갔고 벽에도 금이 갔다. 집 앞 콘크리트 도로에도 금이 갔다. 지금도 이따금 여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집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해 집 안에 머물고 있다. 홍 씨는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민 아웅 흘라잉 (군정) 최고사령관이 대국민 담화도 하고 피해지역도 방문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구호 활동은 직접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대사관에서도 일단 교민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 것 같은데 실제 도움이 도달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진 직격탄을 맞은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도 상황은 비슷하다. 만달레이에는 현재 한국 교민 약 100명이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현 만달레이 한인회장은 "우리 교민의 직접적인 인명 피해는 없지만 일부 집이 부서지는 등 재산 피해는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에 따르면 지진으로 도시 기능이 마비되다 보니 교민들은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수도가 끊겼고, 평소에도 순환 단전하던 전력도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 통신은 지진 당일에는 모든 통신사가 먹통이었지만, 지금은 일부 통신사는 연결이 돼 외부와 소통하고 있다. 주유소도 지진 당일에는 문을 닫았다가 이날은 하루 만에 영업을 재개했다. 이 때문에 기름을 사려는 차량과 오토바이가 아침부터 주유소 앞에 긴 줄을 섰으며, 주유소도 일정
03-30 07:28(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필자가 베이징에서 특파원으로 일할 때인 2023년 봄 중국 정부는 반간첩법(방첩법)을 대폭 강화했다. 당시 주중한국대사관은 유학생 등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법률상 기밀의 범위가 '국가 안보 이익과 관련된 문건'까지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으니 중국 자료를 상시 검색하는 학생, 연구자들은 각별히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미중경쟁 심화 속에 미국과 그 동맹들이 자국을 포위·견제한다는 의식이 중국 정부를 사로잡고 있었고 한중관계도 가라앉아있던 그때, 베이징 교민사회에 서늘한 긴장감이 감돌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2025년, 자유의 공기가 지배하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특파원으로 일하는 필자는 가자전쟁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컬럼비아대 한국인 학생 정모(21)씨가 추방 위기에 놓여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6일자 기사에서 국무부가 '친(親)하마스'로 보이는 학생들의 비자 취소를 위해 AI(인공지능)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AI로 검열해 문제 학생을 찾아낸다는 취지인데, 이미 취소된 비자가 300건을 넘겼다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 27일 밝혔다. 비자나 영주권 취소 대상이 된 학생들에게 테러 단체 지원과 같은 실정법 위반 혐의가 있다면 그들은 우선 법 집행 당국의 수사를 받았을 것이다. 정씨를 포함해 추방 위기에 놓인 것으로 최근 보도된 몇몇 대학내 친팔레스타인 시위 참가자에게서 그런 증거가 포착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 걸 보니 추방 대상으로 분류된 이들 중 상당수는 '사상범 용의자'가 아닐까 싶다. 표현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되고, '표현의 자유를 억누른다'는 트럼프 진영의 문제 제기 속에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자체 검열 시스템도 폐지하고 있는 미국에서 학생들이 과거 SNS에 올린 가자전쟁 관련 글로 인해 추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낯설게 느껴진다.
03-30 07:07미얀마 강진에 공사중 건물 무너져 수십명 매몰…"기적 바라며 기도"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29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방콕 명소 짜뚜짝 시장 주변. 평소에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변 도로가 전면 통제됐고 구급차 등 수십대 구조 차량이 줄지어 섰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구조대와 자원봉사자 등이 모인 곳으로 다가가자 믿기 힘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임시로 설치한 벽 너머로 엿가락처럼 휜 철근 등이 뒤섞인 수십m 높이의 거대한 '콘크리트 산'이 나타났다. 전날 미얀마 강진 영향으로 공사 중이던 30층짜리 건물이 무너진 재난 현장이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폭삭 주저앉은 콘크리트 더미가 지진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태국 정부 관계자와 언론이 전하는 수치가 제각각인 가운데 이날 오후 1시께 현장 지휘소 상황판에는 전체 실종자 96명 중 8명은 시신으로 발견됐고 8명은 부상한 채로 구조됐다는 집계가 적혀 있었다. 사상자 등을 제외하고 현재 매몰된 실종자는 79명이었다. 사고 현장을 바라보게 설치된 천막에는 실종자 가족 20∼30여명이 애타는 마음으로 모여 있었다. 이들은 황망한 눈빛으로 무너진 건물을 응시하며 기적적으로 가족이 생환하기를 소원했다.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는 이도 보였다. 한 정부 당국자는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를 위해 나왔다는 미국인 랜스 씨는 "현장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고, 9·11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악몽이 떠오른다"며 "기적을 바라며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붕괴한 건물은 태국 감사원 신청사다. 2020년 착공해 공정이 약 30% 진행됐으나, 구조물 자체는 최고층까지 올라갔다. 현장에서는 태국인과 외국인 노동자 약 400명이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에는 건
03-29 18:53고층 건물 벽 갈라지자 '혼비백산'…여진 우려에 공원 등서 밤 지새기도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평온하던 금요일 오후 1시께, 태국 수도 방콕 도심 수쿰윗 지역 35층 건물에서 기자가 노트북을 보는데 갑자기 화면이 흔들렸다. 진동이 느껴지고 멀미 나듯 속이 울렁였다. 이때만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긴가민가했다. 그러나 곧이어 가구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가 흔들렸고, 벽지가 찢어지며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치 악몽을 꾸는 듯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복도로 나가보니 마치 금방이라도 건물이 무너질 것처럼 벽면이 갈라지고 천장 일부가 뜯어져 내렸다. 기자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비상계단을 찾았다. 23층부터 1층까지 뛰어 내려갔다. 10여층을 슬리퍼를 신고 허겁지겁 내려가다 보니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공포감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 중간에 슬리퍼가 뜯어져 맨발로 뛰다시피 했다. 급하게 탈출하느라 지갑은 물론 휴대전화도 챙기지 못해 빈손이었다. 회사와 가족에게 연락하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갔고, 극심한 갈증에도 물을 사지 못해 참아야 했다. 목숨은 건졌다고 안도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건물 밖으로 나가자 영문도 모른 채 혼비백산한 사람들이 모였다. 급히 빠져나오느라 속옷 차림이거나 기자처럼 아예 맨발인 이들도 보였다. 급하게 뛰느라 발목이 부러진 사람도 있었다.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외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 수쿰윗 지역 호텔과 빌딩마다 1층 외곽에는 건물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휴대전화로 뉴스를 확인하는 동시에 가족, 친지의 안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지진 여파로 전화와 인터넷 등 통신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곳곳에서 구급차 등이 내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고, 도로는 심각한 체증으로 사실상 마비 상태가 됐다. 미얀마 중부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한 28일 오후
03-28 22:42(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이달 중순 조사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지지율은 29%였다. 여전히 낮은 지지율이기는 하지만, 불과 한 달 사이 8%포인트가 올랐다. 그 한 달 새 일어난 일은 이렇다. 4년여 남은 다음 총선 승리를 전제로 '국내총생산(GDP) 3% 수준으로 국방비 증액' 구상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끈질기게 요구하는 유럽 자력 방어에 대한 호응이다. 지난달 27일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사적인' 두 번째 국빈 방문을 청하는 찰스 3세 국왕의 친서를 전달했고, 아름다운 영국 억양과 관세를 면제받으려는 열성을 칭찬받았다. 다음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에게 혼쭐이 나는 '백악관 참사'가 일어나자 젤렌스키 대통령을 바로 런던으로 맞아들여 기를 세워주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전화를 걸어 중재에 나섰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후 안보를 맡을 자발적인 국제 연합체 '의지의 동맹'을 추진하기로 하고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정상 회의, 군 수뇌부 회의를 연속해 열었다. 영국 해군 핵무장 잠수함 HMS 뱅가드에 올라 영국의 핵 버튼은 영국 총리의 손안에 있음을 과시했다. 영국의 핵 억지력이 미국과의 협력에 매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던 때다. 이때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절모와 나비넥타이 차림으로 지팡이를 짚은 스타머 총리의 모습을 표지에 싣고 '윈스턴 스타머'란 글자를 박아넣었다. 윈스턴은 영국의 2차대전 영웅이자 대서양 동맹의 상징적 인물 처칠 총리의 이름이다. 백악관에는 처칠 총리의 동상이 있고, 처칠 총리가 연설에서 쓴 미·영의 '특별한 관계' 표현은 현재도 영국 정부 성명에 꼬박꼬박 쓰인다. 그러면서 스타머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과도 '의외의 콤비'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권 변호사, 검찰총장 출신으로 냉철하고
03-28 07:07(새너제이[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지난 21일(현지시간) 끝난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는 그야말로 성황을 이뤘다. 5년 만에 열렸던 지난해처럼 전 세계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2천 달러(약 290만원)에 달하는 티켓값을 지불하고 행사장을 찾았다. 일주일간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현장을 찾은 협력사와 개발자, 미디어는 2만5천명. 지난해 1만7천명보다 50% 더 늘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이 있던 지난 18일 아이스하키 경기장인 SAP 센터에는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이미 200m 이상의 긴 줄이 이어졌다. SAP 센터 안은 무대 앞은 물론, 3층까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황 CEO는 여느 때처럼 2시간 동안 혼자 무대에 올라 '원맨쇼'를 했다. 리허설도 없었다고 한다. 다른 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크립트도 없었다. 황 CEO가 가는 곳마다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들로 북적였다. 지난 19일 미디어 행사가 끝난 뒤 전 세계에서 모여든 기자들도 황 CEO의 사인과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앞다퉈 줄을 섰다. 한 참석자는 "마치 방탄소년단(BTS)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20일 그가 협력사들의 전시 부스를 돌아볼 때에는 자신들의 제품에 젠슨의 사인을 남기기 위해 기업들도 줄을 섰다. 여기저기에서는 '젠슨'을 연호했고, 사람들은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그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몰려든 많은 인파에 황 CEO가 정해진 시간 내에 부스를 다 둘러보지 못하고 나가야 할 정도였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기업과 CEO의 위용이었다. 한 참석자는 엔비디아의 제품을 광고에 빗대 "2천 달러를 내고 마치 엔비디아의 광고를 본 것 같다. 보통은 자신들의 광고를 봐달라고 돈을 주는 데
03-23 07:07LA 아카데미박물관서 봉 감독 작품 집중 조명 전시 2년간 개최 영화 제작과정 생생히 담은 스토리보드, 초기 습작노트 등 눈길 현지 영화기자 "봉 감독 천재성, 전세계가 알게 돼 감사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본산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아카데미영화박물관에서 봉준호 감독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를 약 2년 동안 개최한다. 전시 개막을 사흘 앞둔 20일 오후(현지시간) 아카데미영화박물관 측 초청을 받아 전시장을 미리 찾았다. 전시장 전면에 '디렉터스 인스퍼레이션: 봉준호'(Director's Inspiration: Bong Joon Ho)라는 전시 타이틀이 크게 쓰여 있었다. 박물관 건물 2층 공간이 거의 통째로 할애된 갤러리는 여러 구획으로 나뉘어 있었다.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가 처음 만나는 공간의 가운데에는 영화 '괴물' 속 괴물 모형과 하마-돼지를 닮은 '옥자' 얼굴 모형이 전시돼 먼저 방문객들을 맞았다. 왼쪽 벽면에는 '기생충'에 등장한 여러 가족사진과 그림이 걸려 있었고, '옥자'와 '괴물'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스케치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이 '감독의 영감'이라는 뜻의 '디렉터스 인스퍼레이션' 시리즈로 집중 전시를 연 것은 2021년 9월 이 박물관 개관 이후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 벨기에·프랑스의 아녜스 바르다 감독에 이어 봉 감독이 세 번째다. 전시를 기획한 미셸 푸에츠 큐레이터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봉준호는 매우 독보적인 영화감독이고, 그처럼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없다"며 봉 감독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제작 방식을 영화 팬들에게 소개하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푸에츠 큐레이터는 "봉 감독의 영화는 재미있고 드라마틱하며 때로는 무섭기도 하지만, 그 안에 깊은 인간애가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괴물'은 괴
03-21 15:30(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은 모든 협상에 참여해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과의) 회담에서 언제나 이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종전 협상 과정에서 '패싱'될 것이란 EU의 우려를 덜어주려는 듯, 미국측에 유럽의 참여 필요성을 전달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일부 외신은 이 대목을 전하면서 '젤렌스키가 EU 정상들을 안심시켰다'고 표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EU 정상들에게 전날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 결과도 공유했다고 EU 당국자는 전했다. EU 외교수장 격인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회의 시작에 앞서 기자들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에게서 어제 통화 결과를 듣는 것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대서양 동맹'인 미국 측으로부터 어떠한 정보 공유도 받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종전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기습 발표한 직후부터 EU는 장외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처지로 전락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와 EU가 대(對)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서며 끈끈한 연대를 과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한 이후 이날까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한 차례 전화 통화조차 하지 않았다. 영국, 프랑스 등 개별 유럽 국가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 EU에 대해선 "미국을 뜯어먹으려 만든 조직"이라고 공개적으로 폄훼하는가 하면 EU를 '관세전쟁'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칼라스 고위대표의 경우 지난달 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동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까지 갔다가 현지에서 회동
03-21 07:00젠슨 황 CEO "스크립트 없다" 2시간10분간 '원맨쇼'…AI 칩 로드맵 제시 "슈퍼볼과 차이점, 모두가 승리자"…NYT "단순한 학술행사에서 탈바꿈" (새너제이[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지난해 GTC가 인공지능(AI) 우드스톡(축제)이었다면 올해는 AI의 슈퍼볼(Super Bowl of AI)입니다" 18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 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 기조연설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가죽 잠바와 캐주얼한 검은색 바지를 입은 모습 그대로였다. 황 CEO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정말 놀라운 한 해"라며 "여러분과 나눌 놀라운 이야기들이 많다"고 2시간여 동안의 기조연설 시작을 알렸다. 이날 열린 황 CEO의 '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2022년 11월 챗GPT로 시작된 AI 열풍의 지속 여부가 그의 입에 달려 있던 셈이었다. 황 CEO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것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 이어 불과 2개월여만이었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최근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뉴욕 증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월스트리트는 엔비디아발 또 한 번의 '트리거'(촉매제)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기대를 반영하듯 미국 내셔널 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장인 SAP 센터에는 1층 무대 앞은 물론, 3층까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이날 황 CEO의 기조연설을 보기 위해 3시간 전부터 SAP 센터는 북적거렸고 긴 줄이 이어졌다. 이날에만 1만7천여명이 SAP 센터를 찾았다. 주최 측은 이번 주까지 열리는 이번 GTC 2025에는 2만5천명이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하루 300∼400달러 하던 인근 호텔은 최고 1천800달
03-19 09:43(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일요일인 지난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의 모습. 주말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 자택에서 보낸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의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중이었다. 비행기 착륙이 임박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풀기자들로 구성된 취재진과 문답을 시작했다. 질의응답 초반 한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을 중재하는 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것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하는(disrespect) 것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한 기자의 소속 언론사를 물었다. 기자가 "워싱턴포스트(WP)"라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 당신은(혹은 당신이 소속된 매체는) 신뢰(credibility)를 많이 잃었다"고 말한 뒤 반대쪽을 쳐다보면서 "계속하라(Go ahead)"라며 다른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할 때부터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자들과 언제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답을 주고받는다. 짧은 한두 개의 질의에 답하는 게 아니라 질의응답 시간이 30분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과 인식은 가감 없이 표출된다. 그 어느 때보다, 그 누구보다 언론을 활용한 소통에 적극적인 셈이다. 다른 부처가 언론에 직접 이슈를 설명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도 전임 정부와 차별화된 취재 풍경이다. 바이든 정부 시절 거의 매주 한 차례 진행되던 국무부나 국방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은 거의 없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40여일 만인 지난 6일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이 첫 브리핑을 했다. 그런데 참석을 원하는 언론사는 사전에 신청한 뒤 국무
03-16 07:07220㎞ 떨어진 이시카와현서 최근 준동…윤봉길 의사 기념비·추모관 공격 대상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벌써 1년 넘게 시간이 흘렀다. 작년 1월 말 일본 군마현은 현립공원인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철거했다. 현지 주민들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후대에 알리고 반성하기 위해 2004년 현립 공원 안에 설치한 것이었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적혔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글이 새겨져 있던 추도비다. 현지 시민단체는 이 비 앞에서 매년 추도제를 열어왔다. 그러던 도중 2012년 한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극우단체들이 문제 삼으면서 철거 요구를 제기했다. 그러자 군마현은 이를 빌미로 설치허가 갱신을 불허했다. 군마현이 애초 설치 허가 때 '정치적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만큼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뜻있는 시민단체는 군마현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현지 법원은 지자체의 설치 허가 불허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했고 집요한 일본 우익 세력의 '역사 지우기'는 결국 현실화했다. 최근에는 일본 우익 세력들이 군마현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가 있던 군마의 숲에서 약 220㎞ 떨어진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서 꿈틀대고 있다. 오는 4월 가나자와시에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윤봉길 의사 추모관 개관 계획에 반발해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이시카와현 지방본부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에는 우익 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50대 일본인 남성이 운전한 경차가 민단 건물과 부딪쳤다. 사건 당시 민단 건물에는 사람이 없어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민단 관계자는 "벽이나 차량 범퍼가 파손된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최
03-15 07:07(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대통령궁 앞에 조성된 소칼로 광장은 멕시코시티 한복판의 기념비적 장소다. 한가운데 대형 멕시코 국기가 휘날리는 이곳에서는 스페인 지배에 저항해 멕시코가 일으킨 독립전쟁(1810년 9월 16일)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중 행사가 열린다. 멕시코 정상들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발표를 해야 할 때 축구장 5개를 합친 규모 면적(4만6천800㎡)의 이 광장을 어김 없이 찾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 마련된 단상에 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그러나 평소와는 조금 결이 다른 듯한 행사를 주관했다. 그는 엄숙한 표정의 정부 각료와 주요 지방자치단체장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오늘 우리는 500년 전 처형 당한 콰우테모크를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국가장'(國家葬)을 엄수했다. 콰우테모크는 현재의 멕시코 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옛 아스테카 제국의 마지막 황제다. 멕시코 문화부 홈페이지 자료를 보면 콰우테모크는 1521년께 황제의 자리에 오른 몇 개월 뒤 스페인의 에르난 코르테스와 그의 부하들의 손에 붙잡혔다. 이후 아스테카 제국은 훗날 '슬픔의 밤'(노체 트리스테·Noche triste)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1521년 8월 13일을 전후해 사실상 몰락하게 된다. 아스텍 보물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스페인 사람들의 모진 고문을 견뎌내던 콰우테모크는 1525년 2월 28일 현 타바스코주(州)의 한 나무에서 교수형을 당한 것으로 멕시코 역사학자들은 추정한다. 멕시코 당국은 매년 2월 28일에 콰우테모크에 대한 설명 자료를 온라인에 공개하거나, 국립대와 함께 관련 세미나를 여는 등 수백 년 전 역사의 인물을 상기하곤 했다. 그러나 임진왜란(1592년)보다 60여년이나 이른 시기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국장까지 거행하며 현대적 의미를 되살리려는 멕시코인들의 노력은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03-09 07:07